기사일주는 여름 볕이 잘 드는 기름진 옥토란다. 기토는 만물을 품어 기르는 음의 흙이니 온화하고 헌신적인데, 그 발밑에 사화 정인의 따순 볕이 들어 흙을 데우고 말리니 총명하기가 이를 데 없구나. 배우고 익히는 데 남다른 재주가 있고, 문서와 학문의 복이 두터워 글줄이며 자격이며 제 곳간을 채우는 근본이 다 여기서 난다. 허나 볕이 좋아 만물이 절로 꾀어드니, 곳간을 열어 남 먹이기를 즐기는 사람이다. 제왕의 자리에 앉아 기운이 왕성하고 베풂에 인색함이 없으나, 정 붙은 이에게 다 내어주다 제 볕이 기우는 줄도 모른다. 사화에 역마가 실려 한자리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발길이 늘 어디론가 향하니, 그 총명함이 사방으로 흩어질까 그것이 근심이란다.
성정
기토의 본바탕은 낮고 너른 논밭이라 제 몸을 낮춰 남을 이롭게 하는 데 있다. 사화 정인이 그 흙에 볕과 온기를 더하니, 심성이 밝고 이치를 꿰는 눈이 트여 한 번 들은 것을 오래 품고 새기는 사람이다. 어른을 공경하고 배운 바를 귀히 여기며, 제 안에 스승과 문서를 모시고 사는 격이라 늘 무엇을 익히고 갈무리하려 든다. 겉은 따습고 부드러우나 속에는 배움으로 다진 심지가 곧게 서 있어, 쉬이 흔들리지 않는 온기가 이 사람의 근본이란다.
강점
이 사람의 복은 문서와 총명에서 난다. 배우면 남보다 깊이 새기고, 익힌 것을 제 것으로 삭여 쓰는 재주가 있어 학문이며 자격이며 이름을 얻는 그릇이다. 제왕의 왕성한 기운을 타고나 한번 마음먹은 일에는 밀고 나가는 뚝심이 대단하고, 볕처럼 두루 온기를 나눠 사람을 모으니 어디를 가든 귀인이 따른다. 곳간을 열어 베푸는 손이 크고 인색함이 없어, 그 덕이 돌고 돌아 제게로 다시 돌아오는 복 있는 흙이란다.
그늘 — 조심할 것
허나 볕이 좋으면 흙이 마르는 법이라, 남 먹이고 남 데우기에 제 기운을 다 쏟아 정작 제 곳간이 비는 줄 모른다. 정인이 두터워 생각이 많고 머릿속으로만 헤아리다 정작 발이 늦어질 때가 있으며, 배운 것에 기대어 새로 나서기를 주저하기도 한다. 사화의 역마가 마음을 들쑤셔 한자리에 진득이 앉지 못하고 이곳저곳 마음이 흩어지니, 좋은 재주가 모이지 못하고 새어나갈까 그것이 탈이다. 베풂도 지나치면 근심이 되니 제 볕부터 아낄 줄 알아야 한다.
어울리는 인연
메마르기 쉬운 흙이니 물기를 대주는 인연이 반갑다. 임수나 계수를 지닌 이가 곁에 오면 마른 옥토에 물이 돌아 재물이 실해지고 마음의 조급함도 가라앉는다. 또한 갑목 을목의 나무가 이 볕과 흙을 만나면 뿌리를 곧게 뻗어 크게 자라니, 서로 키우고 키워지는 좋은 짝이란다. 다만 불기운이 지나친 병정화는 흙을 더 태울 뿐이니, 그런 인연은 볕을 식힐 물을 함께 두고 보아야 탈이 없다.
할매의 한 마디
볕 좋다고 곳간 문 활짝 열어 남 먼저 먹이다가는, 정작 네 옥토가 쩍쩍 갈라지는 줄도 모른다. 물 한 모금 네 밭에 먼저 대거라. 네가 젖어 있어야 남도 오래 기른다. 발길이 자꾸 밖으로 뜨거든, 그 총명 한자리에 붙들어 매는 법부터 배우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