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축일주는 한겨울 얼어붙은 논밭이란다. 기토는 만물을 기르는 음의 흙인데, 그 발밑이 또한 축토라 흙 위에 흙이 겹친 간여지동이니 제 뜻이 곧고 단단하기가 바위 같은 사람이다. 겉으로는 말이 적고 무던해 보여도 속에는 제 세계가 깊이 자리해, 한번 마음을 정하면 웬만해선 굽히지 않는다.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는 인내가 남다르고, 묵묵히 제 밭을 가는 근면함이 뼛속에 배어 있다. 허나 언 흙이라 온기가 귀하니 곁을 쉬이 열지 못하고, 정을 품고도 겉으로 드러내지 못해 홀로 삭이는 일이 많다. 화개의 기운이 어려 속이 깊고 그윽하나 세상과 한 발 떨어져 제 안에 침잠하기 쉽고, 축토의 냉기가 마음에 서리면 고집이 외곬으로 굳어 사람이 곁에서 멀어진다. 묘의 자리에 앉아 기운을 안으로 갈무리하는 격이니, 드러내기보다 쌓아두는 흙이란다.
성정
기토의 본바탕은 남을 기르는 너른 밭인데, 축토가 겹쳐 그 흙이 얼고 단단해지니 겉보다 속이 깊은 사람이다. 좀처럼 속을 내보이지 않고 제 안에 저만의 세계를 짓고 사는데, 그 안에는 오래 다진 신념과 지조가 곧게 서 있다. 지장간에 편재와 식신을 품어 재물을 갈무리하고 제 재주를 안으로 익히는 눈이 밝으나, 그마저도 요란히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쟁여둔다. 인내와 근면이 몸에 배어 어떤 고생도 묵묵히 견디는, 겉은 차나 속은 깊은 흙이란다.
강점
이 사람의 복은 인내와 뚝심에서 난다. 간여지동의 단단한 심지를 타고나 한번 세운 뜻을 끝까지 밀고 나가고, 남이 다 포기한 자리에서도 홀로 버티어 끝내 제 것을 이룬다. 추위와 궁핍을 견디는 힘이 남달라 어떤 고생 앞에서도 흔들림이 적고, 화개의 그윽함이 어려 학문이며 예술이며 한 우물을 깊이 파는 재주가 있다. 지장간의 편재를 품어 살림을 알뜰히 갈무리하니, 겉은 수수해도 속으로 실하게 채워가는 사람이란다.
그늘 — 조심할 것
허나 언 흙은 온기가 귀하니 마음이 차고 외로워지기 쉽다. 곁을 쉬이 내주지 못해 정을 품고도 홀로 삭이고, 고집이 외곬으로 굳으면 좋은 말도 귀에 들이지 않아 사람이 하나둘 멀어진다. 화개가 짙어 세상과 담을 쌓고 제 안으로만 파고들면 고독이 병처럼 깊어지고, 묘의 자리라 기운이 안으로만 잠겨 속으로 앓고도 내색을 못 한다. 냉기와 고집을 스스로 녹이지 않으면 그 단단함이 도리어 제 둘레에 성을 쌓아 갇히게 되니, 마음에 볕 들일 틈을 두어야 한다.
어울리는 인연
얼어붙은 흙이니 무엇보다 볕과 온기가 절실하다. 병화나 정화를 지닌 이가 곁에 오면 언 논밭이 녹아 만물을 기를 흙으로 돌아서고 굳은 마음도 부드러워진다. 또한 갑목 을목이 그 녹은 흙에 뿌리를 내리면 비로소 재물과 인연이 살아 움직이니 반가운 짝이다. 다만 임수 계수의 찬 물이 거듭 더해지면 냉기 위에 냉기라 흙이 더 얼어붙으니, 그런 인연은 볕을 먼저 들이고서 보아야 탈이 없단다.
할매의 한 마디
제 성이 아무리 단단해도 볕 한 줄 안 들이면 그 안에서 홀로 얼어 죽는 법이다. 고집 한 자락 접고 곁에 온기를 들이거라. 정 있거든 품지만 말고 내보이거라. 언 흙도 볕을 만나야 만물을 기른다는 것을, 부디 잊지 말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