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일주는 꽃대가 곧게 파고든 화원의 부드러운 흙이란다. 기토는 만물을 품어 기르는 음의 흙이라 온화하고 헌신이 몸에 배었는데, 그 흙을 발밑의 묘목 편관이 뿌리로 끊임없이 파고드니 한시도 제 몸을 편히 두지 못하는 사람이다. 부지런하기가 유별나고 제 몸가짐을 늘 단정히 다스리며, 남 보기에 흠 잡힐세라 스스로를 다그치고 또 다그친다. 발밑에 도화 기운이 어려 얼굴에 은은한 꽃빛이 돌고 사람을 끄는 정이 있으나, 편관 칠살이 늘 등을 떠미니 마음 편할 날이 드물구나. 남의 청을 모질게 자르지 못해 이 일 저 일 떠안고, 안 해도 될 근심까지 제 것으로 끌어안아 속으로 앓는다. 병의 자리에 앉아 기운이 안으로 잦아드는 격이라, 겉은 멀쩡해도 속으로 지쳐 있기 쉬운 흙이란다.
성정
기토의 본디는 낮고 너른 밭이라 남을 기르는 데 마음을 쓰는데, 묘목 편관이 그 흙을 파고들어 이 사람을 잠시도 가만두지 않는다. 그러니 부지런하고 성실하기가 남다르고, 맡은 일은 끝을 보아야 마음을 놓으며 제 몸가짐과 살림을 야무지게 다스린다. 규율과 도리를 어기는 것을 못 견뎌 스스로에게 엄한 잣대를 들이대고, 남에게 폐 끼치는 것을 두려워해 늘 조심스럽다. 겉은 유순하고 다정하나 속은 팽팽히 당겨진 활줄 같아, 헌신과 긴장이 한 몸에 든 흙이란다.
강점
이 사람의 복은 성실과 자기관리에서 난다. 편관의 채찍을 타고나 남이 게으를 때 저 홀로 부지런하고, 어려운 일일수록 이를 악물고 견뎌내는 뚝심이 대단하다. 제 몸과 살림을 반듯이 건사하고 맡은 소임에 빈틈이 없어, 어디를 가든 미덥고 야무지다는 소리를 듣는다. 도화의 정이 은은히 어려 사람을 부드럽게 끌어당기니 따르는 이가 많고, 헌신으로 곁을 데우는 손이 있어 정 붙인 이에게는 더없이 든든한 사람이란다.
그늘 — 조심할 것
허나 파고드는 뿌리를 잠시도 쉬게 두지 못해 늘 마음이 졸이고 불안하다. 남의 청을 모질게 거절하지 못해 감당 못 할 짐까지 떠안고, 안 해도 될 걱정을 사서 하며 속으로 곪는다. 편관이 지나치니 제 흠을 남보다 크게 보아 스스로를 몰아붙이고, 그 다그침에 몸과 마음이 먼저 지친다. 병의 자리라 기운이 안으로 잦아들어 겉은 멀쩡해도 속병이 들기 쉬우니, 근심을 내려놓고 제 몸부터 쉬게 하는 법을 익히지 않으면 좋은 성정이 도리어 제 발목을 잡는다.
어울리는 인연
제 몸을 파고드는 나무 기운이 강하니, 그 살기를 눅여줄 인연이 반갑다. 병화나 정화의 볕을 지닌 이가 곁에 오면 찬 흙이 데워지고 나무의 매서움이 순해져 마음의 불안이 가라앉는다. 또한 무토나 기토 같은 두터운 흙벗이 곁을 받쳐주면 파고드는 뿌리를 함께 견뎌 든든하다. 다만 갑목 을목이 거듭 겹치는 인연은 채찍 위에 채찍이라 더 고단하니, 볕과 흙으로 그 기운을 눅이고서 보아야 탈이 없단다.
할매의 한 마디
남 밭 매주느라 네 밭에 잡초 무성한 줄도 모르는구나. 못 하겠거든 못 한다 말할 줄도 알거라. 안 해도 될 근심 사서 짊어지지 말고, 그 부지런한 손으로 네 몸부터 한 번 쉬게 두거라. 네가 성해야 남도 오래 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