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술일주는 마른 가을 언덕에 홀로 우뚝 선 큰 나무란다. 갑목은 곧게 하늘로 뻗는 양의 대들보요, 그 발밑 술토는 제 손에 단단히 쥔 편재의 땅이라 실속을 챙기고 재물을 굴리는 데는 야무지기가 그지없다. 겉은 무심하고 데면데면한 듯해도 속으로는 셈이 밝아, 한번 벌인 일은 기어이 끝을 보고야 마는 뚝심이 있다. 허나 술토는 화개라, 가을걷이 다 끝난 마른 언덕처럼 속이 늘 허하고 쓸쓸하다. 사람들 속에 섞여 있어도 문득 홀로인 듯하고, 나이가 들수록 종교와 철학, 하늘의 이치에 마음이 저절로 기운다. 외골수라 한번 세운 제 뜻을 좀체 꺾지 않으니, 곁에 있는 이가 답답해하며 물러설 때가 있느니라.
성정
술토 속에는 무토와 신금과 정화가 나란히 들었으니, 편재의 실속에 정관의 반듯함과 상관의 재주가 촘촘히 섞였다. 그러니 돈을 벌어도 이치와 명분을 앞세우고, 타고난 손재주와 말재주로 없던 판을 만들어 내는 힘이 있다. 화개살이 앉아 신앙과 학문, 예술에 남다른 끌림이 있어, 세속의 재물과 하늘의 도를 한 몸에 아울러 지녔다. 12운성 양지에 앉았으니 서두르는 법이 없이 기르고 품어 때를 기다리는 진득함이 곧 네 바탕이라, 늦어도 끝내 여무는 사람이란다.
강점
네 강점은 야무진 실속과 끝을 보고야 마는 뚝심이다. 편재를 깔고 앉아 재물이 드나드는 흐름을 훤히 읽고, 한번 벌린 일을 야무지게 마무리 짓는 힘이 남다르니 곳간을 두둑이 채울 그릇이다. 정관의 반듯함이 있어 함부로 굴거나 법도를 어기지 않고, 상관의 재간으로 남이 미처 못 보는 샛길을 기어이 찾아낸다. 화개의 깊은 사색은 위기의 순간마다 너를 지켜 주는 등불이 되니, 재물과 지혜를 한 손에 함께 쥔 드문 일주가 바로 너다.
그늘 — 조심할 것
그늘은 외골수의 고독과 마른 땅의 허함에 있다. 제 뜻이 옳다 한번 믿으면 남의 말을 도무지 안 들으니, 곁의 귀인마저 지쳐 등을 돌리기 쉽다. 재물을 좇다 정을 놓치고, 속으로만 홀로 삭이는 버릇에 마음의 병이 남몰래 깊어진다. 화개의 쓸쓸함이 도지면 세상만사가 문득 부질없어 보여 다 잡은 일도 손을 놓아 버리기도 한다. 마른 언덕에 물을 대듯, 곁을 두고 마음을 자주 나누어야 뿌리가 메마르지 않고 오래 사느니라.
어울리는 인연
마른 땅에 선 나무이니 물과 볕이 함께 있어야 비로소 산다. 임수 계수의 물이 마른 뿌리를 적셔 주고, 병화의 볕이 언덕을 따뜻이 데우면 재물이 알찬 열매로 여문다. 오행으로는 수가 네 마른 속을 촉촉이 축이는 귀인이요, 인목 자수의 인연이 곁에 들면 그 고독이 한결 덜하다. 같은 마른 흙의 사람끼리는 서로 메말라 둘 다 시드니, 촉촉한 정을 품은 짝을 구하여라.
할매의 한 마디
마른 언덕의 나무야, 곳간이 아무리 그득 차도 마음이 마르면 다 헛것이란다. 재물은 야무지게 붙들되 사람은 부디 놓지 말거라. 물 한 모금 나눠 마실 곁이 있어야, 그것이 네 진짜 곳간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