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오일주는 제 몸을 아낌없이 태워 불을 뿜어내는 큰 나무란다. 갑목은 곧게 뻗는 양의 대들보요, 그 발밑 오화는 제 나무를 살라 훤한 빛을 내는 상관의 불이라 재기가 넘치고 표현이 화려하기 그지없다. 말과 글, 온갖 재주로 좌중을 단박에 사로잡으니 어느 자리에 가든 저절로 빛이 나는 사람이다. 허나 나무가 제 몸으로 불을 지피면 끝내는 제가 먼저 타들어 간다. 12운성으로는 사지에 앉아, 겉은 눈부시게 화려해도 속은 쉬이 소진되어 헛헛하고 허전하다. 재주가 넘쳐 남의 시샘과 구설에 오르기도 쉬우니, 불꽃이 곱되 제 몸까지 다 사르지 않도록 늘 살펴야 하느니라.
성정
오화 속에는 병화와 정화와 기토가 나란히 들었으니, 식신과 상관의 밝은 불에 정재의 야무진 실속이 섞였다. 타고난 표현의 재주에 먹고사는 셈속까지 두루 갖추었으니, 제 재주를 곧장 재물로 바꾸는 손이 있다. 상관을 깔고 앉아 남이 차마 못 하는 말을 하고 낡은 틀을 시원히 깨는 기질이 있어, 판을 뒤집고 사람을 웃기고 울린다. 다만 불의 기운이 워낙 왕성해 따로 신살을 빌리지 않아도 그 자체로 뜨겁고 급하니, 성정이 불같이 확 일었다 사그라지고 싫증도 빠르니라.
강점
네 강점은 넘쳐흐르는 재기와 사람을 끌어당기는 표현력이다. 말 한마디, 글 한 줄로 좌중의 마음을 쥐고 흔들며, 남이 지루해할 일도 빛나게 꾸며 내는 재주가 있다. 식신의 여유와 정재의 셈이 함께 있어 재주를 밥으로 잇고, 상관의 불로 낡은 틀을 깨 남이 못 낸 새 길을 낸다. 그 화려함이 사람을 저절로 끌어모으니, 타고난 재주를 꾸준히 갈고닦으면 세상에 이름을 크게 떨칠 그릇이 바로 너다.
그늘 — 조심할 것
그늘은 제 몸을 남김없이 사르는 그 불에 있다. 재주를 다 쏟아내고 나면 속이 텅 비어 헛헛하고, 뜨겁게 타오른 만큼 빠르게 식어 이내 지쳐 쓰러진다. 상관의 혀가 유난히 날카로워 무심코 남의 마음을 베고 구설에 오르기 쉬우며, 급한 성정에 서두르다 다 된 일을 그르치기도 한다. 눈앞의 빛만 좇다 제 뿌리를 잊으면 이내 바싹 마른 장작이 되니, 태우는 만큼 물과 쉼으로 뿌리를 자주 적셔야 오래오래 타느니라.
어울리는 인연
제 몸 태우는 불이 워낙 왕성하니 물과 흙이 곧 약이다. 임수 계수의 물이 거센 불길을 다스려 나무를 살리고, 진토 축토의 촉촉한 땅이 흩어지는 재주를 실속으로 여물게 한다. 오행으로는 수가 네 소진을 막아 주는 귀인이요, 자수 신금의 인연이 곁에 들면 달아오른 열이 서서히 식는다. 같은 불의 사람끼리는 함께 타 재만 남으니, 서늘하고 진득한 짝을 곁에 두어라.
할매의 한 마디
제 몸 살라 빛을 내는 나무야, 곱게 타는 것도 귀한 재주다만 다 태우고 나면 잿더미만 남는단다. 재주는 아껴 쓰고 뿌리는 부지런히 적셔 두거라. 천천히 오래 타는 불이 참으로 밝고 따뜻한 불이니라.